#6 레바논 국가 부도: 향후 전망
IMF 구제금융 도입 없이는 재기 불능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미국 정권이 바뀌었어도 미국이 이란의 팽창을 저지하고 이스라엘과 중동의 안보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명제는 유효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란의 칼끝인 헤즈볼라가 무뎌져야만 한다. 두 번의 총리 사퇴 후 내각 구성이 계속 지연되는 이유 역시 재무 장관직을 헤즈볼라가 포기하지 않고, 타 종파에서 이를 굴복시킬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태의 레바논에 걸프국이 돈을 퍼줄 리 만무하다.
IMF 구제금융 도입 외 레바논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데, 구제금융 도입 조건에는 미국의 입김으로 금융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개혁이 포함된다. 돈거래가 투명해지면 헤즈볼라의 자금줄이 막히기 때문에 IMF 구제금융 도입을 실무적으로 수행할 재무부의 수장 자리를 헤즈볼라가 다른 종파에 양보할 수 없다.

구제금융 도입도 기약이 없음
레바논 정계의 각 종파별 지도세력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젊고 유능한 전문 관료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이전 포스팅에서 임기 두 번 사이에 재산이 16배 불어난(총 자산 규모 = 레바논 GDP의 1/3) 순니파의 수장 '사드 하리리'를 언급했었는데, 기독교계의 수장인 '미셸 아운' 대통령은 빠른 1935년생으로 임기를 시작한 2016년 당시 81세였고 아직 재임중이다.
작년 6월과 7월에 IMF 협상 고문이 사임하고, 8월에는 외무장관이 사임했는데 이 셋의 공통적 사임 성명 내용은 "정부에 진정한 개혁 의지가 부재" 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개혁'의 내용은 종파별 권력분점 구조의 해체와 헤즈볼라와 연계된 계좌를 포함하여 금융 거래의 투명화를 말한다. 이를 수용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 결정은 30여 년간 두 세대에 걸쳐 이 권력분 좀 구조 안에서 각자의 왕국을 세우고 특혜를 누려온 파벌들에 달려있다. 나라의 경제는 파탄지경인지 2년째. 각 파벌의 지도부는 각자의 이익을 놓고 주판만 퉁기고 있다.
작년 8월 베이루트항 대폭발 참사 직후 레바논을 찾은 프랑스와 미국의 메시지에서도 '진정한 개혁 의지'는 반복되고 있다. 결국 종파주의의 해체와 헤즈볼라의 실각이 관건이다.
여전한 종파 분열도 문제
종파별 권력 분점은 30년 동안 개인의 삶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중동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내게, 무슬림 인구가 50%가 넘으면서 가장 개방적이고 세속적인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레바논이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 "Lebanon Protest"를 검색하면 히잡을 쓴 여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들 스스로는 종교와 종파로 사회를 구분 짓고 경계를 나눈다. 종파별 지도층이 교묘하게 이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방 도시는 특정 종파가 우세한 정도가 아니라 인구 대다수가 한 종파로만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세 종파가 가장 잘 섞여있는 베이루트는 어떨까?
"당신이 베이루트에 피자집을 연다 치자. 가게가 아무리 작아도 배달원은 종파별로 셋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니파 배달원은 쉬아파 고객의 집으로 배달 가지 않을 것이다."
레바논 친구가 과장을 조금 보태 한 말이다. 종교적 신념 때문에 반목하는 것인지 굳이 거기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타 종파 거주구역은 안전하지 않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나와 베이루트 중심가로 향하면 초입에서는 호메이니의 초상화나 쉬아파의 다소 급진적인 포스터를 가로등마다 발견할 수 있다. 그냥 일상의 길거리지만 수니파 무슬림에게는 불안감 그 자체다. 각 파벌의 지도부들은 외부의 이스라엘뿐 아니라 내부의 다른 종파에 대한 위기의식을 조성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데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레바논은 당분간 지금 상태에 머무를 것
일상이 되어버린 반정부 시위. 시위대는 기성 정치인과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 전면부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바뀌어야 옳은지에 대한 논의는 빈약하다. 모든 시위가 SNS를 통한 자발적 모임으로 구심점이 없다. 민의를 규합하고 전달하며, 여차하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 대표자가 없다.
매번 총리 후보나 장관 후보가 나올 때 마다 "저 사람도 썩었다" 라는 불만은 즉각적인 반면, 그렇지 않은 인물이 대안으로 등장하는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민중과 완전히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서 밀실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시위대의 목소리가 절망과 낙담에 현실을 부정하며 주저 앉아버린 것인지.. 당분간 레바논은 지금 상태로 머무를 가능성이 가장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