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3 암 확진 받은 날

CANCER LOG

by RyanDaddy 2021. 8. 5. 19:10

본문

728x90
반응형

거의 2년 만에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여긴 여름방학이 길어서 아내와 아이는 한국에 한 달 더 머물고 나 혼자 먼저 일터인 요르단으로 귀국했다. 오랜 시간 집을 비웠으니 청소와 짐 정리를 고려해 이틀간 휴가 여유를 남겨놨는데 마침 백신 2차 접종 일정도 휴가 중으로 잡혔다. 

 

2021년 6월 29일 아침, 코로나 걱정을 한 시름 덜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화이자 2차 접종을 하러 접종 센터에 도착했다. 막 주차를 마치고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아버지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다. 휴가 중 건강 검진 때 받은 갑상선 종양의 조직 검사 결과였다. 암 확진이었다. 

 

암 확진의 단상

가장 먼저 세 살이 채 안 된 딸과 내가 잘못되면 고생길이 열릴 아내가 떠올랐다가.. 요새는 암 걸렸다고 다 죽는 거 아니겠지 싶은 희망이 잠시 스쳤다. 그렇지만 역시 만일의 경우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머리를 채웠다. 혹시 이미 늦어 오래 살기 어렵다면 가족들을 위한 경제적 대책은 어떻게 마련할지, 몇 달 뒤 태어날 둘째에게 아빠로 기억될 만큼 살 수는 있을지, 아무리 심각한 상태라 해도 둘째 태어나는 건 볼 수 있겠지 싶다가도 만일 치료가 어렵다면 둘째 아이가 태어나는 날 미안함이 얼마나 클까라는 씁쓸한 생각.. 만일에라도 정말 그런 단계까지 와 있다면 증상도 없었는데 좀 억울하다는 생각..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런 오만가지 생각이 든 것은 암 확진을 정말 아래와 같이 "암이라는 것만" 통보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조직검사를 아버지께서 잘 아는 병원에서 했고(6/25), 내가 출국 한 뒤 나온 검사 결과를 일단 카톡으로 아버지께 보낸 모양이다. 전문가들 간에는 전화 통화로 보다 상세한 이야기가 오갔겠지만 다행히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던지라 아버지께서는 그 병원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시면서 "암이란다, 대책을 세우자"로 쿨하게 일축했다.

 

나도 보안 요원 통제에 따라 백신 접종 절차를 밟느라 정신도 없었을 뿐더러 부모님이 이런 소식을 자식에게 전하는 상황 자체가 죄송스럽기도 하여 암이 얼마나 진행된 것인지, 완치 가능한 것인지 같은 질문을 하지 못한 채 머릿속에는 걱정만 쌓여갔다. 

 

 

방금 맞은 백신의 부작용인지 암 진단 스트레스인지 약간 어지러웠다. 그새 후끈하게 달아오른 자동차 실내 공기에 답답했다. 에어컨을 켜고 일단 차에 앉아 진단명 "Papillary Thyroid Cancer"을 구글링 했다. 갑상선 암 중 흔한 종류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예후가 좋단다. 특히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모든 암 중 가장 예후가 좋다고도 한다. 

 

대표적인 갑상선암과 10년 생존율 (출처: 미국 암학회)

 

일단 안도하긴 했는데 세 살배기 애 아빠가 돼가지고 10년 동안 살아 있을 수 있는 확률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착잡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에는 9mm고 다른 곳으로의 전이는 보이지 않는다 했는데 이게 어느 정도 진행 된 수준인지 검색 "Papillary thyroid cancer stage"을 이어갔다. 1기에 해당했고 10년 생존율은 99%..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전체 갑상선 암 진단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갑상선 유두암의 병기 구분 (출처: cancer.net)

TX: The primary tumor cannot be evaluated.

T0: There is no evidence of a tumor.

T1: The tumor is 2 centimeters (cm) or smaller and limited to the thyroid.

T1a: The tumor is 1 cm or smaller.

T1b: The tumor is larger than 1 cm but less than 2 cm.

T2: The tumor is larger than 2 cm but smaller than 4 cm and is limited to the thyroid.

T3: The tumor is larger than 4 cm, but the tumor does not extend beyond the thyroid gland.

T4: The tumor is any size and has extended beyond the thyroid.

T4a: The tumor has spread beyond the thyroid to nearby soft tissues, the larynx, trachea, esophagus, or recurrent laryngeal nerve.

T4b: The tumor has spread beyond the regions in T4a (above).

 

 

진료 예약

어제 휴가 복귀해서 다음 주 부터 한 달 만에 출근인데 다시 병가를 내고 한국으로 수술을 받으러 갈 수는 없었다. 특히 갑상선 유두암 수술이 어렵지도 않고, 수술 후 호르몬 치료 등의 후속 치료가 뒤따르기 때문에 거주 중인 요르단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중론이 모아졌다. 일단 집으로 차를 몰면서 Amman의 큰 병원들에 전화를 돌렸다.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압달리 병원", 후두암으로 사망한 선대 국왕의 유지에 따라 건립된 "킹 후세인 암센터",  폐렴으로 한 번 입원해 본 적이 있고 집 근처에 위치한 "아랍 메디컬 센터".. 이 중 가장 응대가 신속했던 "압달리 병원"에서 당장 다음날 오후 2시로 진료 예약이 잡혔다. 

 

http://www.abdalihospital.com/

 

Home | Abdali Hospital

Abdali Hospital is a 200-bed multi-specialty hospital with the mission to provide best practice patient-centred care and promote research and education.

www.abdalihospital.com

https://www.khcc.jo/en

 

King Hussein Cancer Foundation and Center

 

www.khcc.jo

https://amc-hospital.com/

 

Arab Medical Center | amc-hospital.com – Providing Top Quality Healthcare Services | Amman, Jordan

Providing Top Quality Healthcare Services in Jordan Since 1994 Since its establishment in 1994, the Arab Medical Center (AMC) has positioned itself among the top medical destinations and one of the leading referral hospitals for local, regional, and intern

amc-hospital.com

 

집으로 돌아오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서른 여섯에 암이라니.." 지난 삶을 돌아보면 암에 걸릴 법도 했다. 

 

그런데 지난 삶을 돌아보니 암에 걸릴법도 했다. 흡연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20년 가까이 피웠고, 생각해보니 흡연량도 근래 2~3년 사이 줄인 것이지 그 전에는 매일 출근길에 담배를 새로 사던 기억이 났다. 술은 정말 많이 마셨다. 거의 매일, 매번 적지 않은 양을 마셔왔다. 그 덕분에 10년째 비만 체중을 유지하고 있고 몇 년째 중등도 지방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는 간비대(hepatomegaly)까지 추가 진단을 받았다. 

 

앞으로 담배는 끊고, 술은.. 일단은 지방간 걷어 낼 때까지 끊고 이후에도 빈도와 음주량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짐을 마저 정리하고 두 시간 정도 청소를 했다. 이제 겨우 해질녘이 되었는데 시차 때문인지 백신 부작용인지 몹시 피곤했다. 암 진단을 받은 첫 날은 이렇게 지나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었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