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에 진료 예약이 된 압달리 병원 일반 외과로 갔다. 하루 전 맞은 백신(Pfizer-BioNTech) 부작용으로 전반적인 몸살 기운으로 피곤했지만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다.
일반외과의 Dr. Tareq은 내가 갑상선암 확진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ENT (이비인후과)의 Dr. Osama로 전과해 주면서 기다리는 동안 한국에서 진단받은 초음파 사진과 조직검사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예후가 아주 좋고 더욱이 초기 발견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행히 바로 ENT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여 진료실을 나서는 내 등 뒤에 그가 덧붙인 요르단식 블랙 유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Don't worry, it's the best cancer you can have.
23층의 ENT로 이동했다. 각 진료 분과마다 해당층 전체를 차지하는 구조다. Dr. Osama Hamarne,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운 좋게도 매우 유명하고 실력있는 의사를 얻어걸렸다. 외국인인 내가 이곳에서 암 수술을 하게 된다는 사실에 나름 의료계에 연줄이 있는 사람들이 여럿 나서서 주치의를 거듭 검증해 주었는데 하나같이 유명하고 실력 있는 의사로 정평 일색.
아무튼 Dr. Osama는 한국에서의 진단을 물론 신뢰하지만 수술을 하기위해서는 절차상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의 진단서는 공증을 받아야 수술을 진행할 근거로써 법적 효력이 있다. 게다가 나는 진단서를 찍은 이미지를 폰으로 보여 준 것 뿐이었으니 충분히 납득은 갔다. 그러나 대바늘로 목을 찌르는 조직검사를 또 하기는 싫었는데, 내가 순간 난색을 비추었는지 그는 걱정 말라며 GF의 Radiology (방사선과/영상의학과)에 가서 초음파만 다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결과는 "악성 종양으로 매우 의심되는 혹", 워낙 초기이니 우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다른 곳으로의 전이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Highly suspicious for malignancy
치료 방법은 암이 생긴 좌측 갑상선엽만을 절제하는 Hemithyroidectomy (갑상선 반 절제술). 남게 되는 우측 갑상선 엽으로 암세포가 확산되어 있다면 암이 재발할 수 있지만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극초기(T1a)에 발견한 경우로 전이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반만 제거하면 남은 부위가 갑상선 호르몬을 계속 만들어 내기 때문에 평생 매일 갑상선 호르몬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수술부위가 작기 때문에 전절제 보다는 여러 합병증의 위험도 전절제보다 적다.
치료(수술) 방법도 정해졌고 이제 수술 날짜만 잡으면 되는데 문제는 내가 어제 코로나 백신을 맞았고 현행 규정에 따라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수술을 2주 미루어야 했다. 문제는 2주 뒤에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를 앞두고 수술 일정이 빡빡해 연휴 이후에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잡힌 일정은 7월 27일, 나는 4주 뒤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병원을 나섰다.
어제는 외국에서 암 확진을 통보받고 다소 황망했는데 수술 날짜를 잡고 그래도 한결 불안감은 해소되었다. 그러자 긴장이 조금 풀려서인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 새삼스레 체감되기 시작했다. 어깨와 목이 특히 결리듯 아프고 온 몸의 근육이 전반적으로 욱신거리고 기운도 없었지만 열은 안나 다행이었다.
이제 수술날까지 한 달! 내가 그동안 할 수 있는 나름의 항암 노력은 몸이 전신마취와 수술을 견뎌내고 회복도 빠를 수 있도록 한 달 동안 금연·금주하고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것뿐이다. 매일 마시던 술값이 굳게 될 테니 그 돈으로 나이키 현질해서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겸 맞은 압달리 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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