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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슬림 여성들은 왜 베일을 쓸까?

inside MIDDLE EAST/이슬람 문화

by RyanDaddy 2021. 8. 22.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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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세계의 "무슬림 여성" 하면 많은 분들이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폐쇄적이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신비로운 느낌을 주지요. 최근들어서는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으로 비난 받기도 합니다. 

 

 

베일(veil, 가리개)은 머리카락 또는 얼굴, 몸 전체를 가리기도 하는데 흔히 "히잡"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좀 연배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1989년 금성출판사의 학습 만화 "달려라 호돌이 - 이란편"에서 소개 된 "차도르"라는 말이 더 친숙합니다. 위 사진속 검은 베일이 바로 차도르지요. 

 

이슬람 베일의 종류

이슬람의 베일은 그 형태와 모양에 따라 아래와 같이 각기 이름이 다른데,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해 천을 두르고 핀으로 고정한 형태의 "히잡"입니다. 

 

이슬람 베일(veil, 가리개)의 분류

 

형태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위 분류 이미지상의 베일은 모두 무채색이나, 차도르와 니깝(이 두 가지는 반드시 검은색만 있음)을 제외하면 색상에 대한 제한은 없고 다양한 무늬도 쓰입니다.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사우디에서는 아직 검은색을 주로 쓰고, 형태도 히잡보다는 얼굴을 완전히 가린 니깝이 주류를 이룹니다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점점 그런 구분이 희석되는 추세입니다. 중동 대다수의 이슬람 국가에서 점차 개성을 표현하는 꾸밈의 욕구가 반영되어 일종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슬림 여성은 왜 히잡을 쓰는가?

가슴을 가리는 수건을 써서 남편과 그의 부모, 자기 부모, 자기 자식, 자기 형제, 형제의 자식, 소유하고 있는 하녀, 성욕을 갖지 못하는 하인, 그리고 성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도록 할 것  -  꾸란 24장 31절

 

무슬림에게 히잡을 착용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꾸란에 그렇게 하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동 지역에는  7세기에 이슬람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베일을 착용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꾸란이었을 뿐이죠.

 

고대의 로마의 지리학자 스트라보에 따르면 이란 서북부에 해당하는 메디아의 여성들이 베일로 얼굴을 가렸다는 기록이 있고, 3세기 초 로마 제국 동부에서는 토속신앙을 믿는 아랍인들이 처녀에게 얼굴 전체를 베일로 가리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이슬람 이전 시대의 아랍 시에 피부가 흰 여성을 찬양하는 시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햇빛이 강한 중동 지역에서 당시 미의 기준에 따라 피부 미용을 위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적인 목적으로 사용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히잡은 이슬람 뿐 아니라 유대교, 기독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와 같은 다른 종교에서도 의무적으로 착용되어 왔으며, 여성이 머리카락을 가리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 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역사적으로 흔히 발견 할 수 있는 관습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여성들도 너울이나 장옷을 착용했고, 유럽의 여성들도 프랑스의 「'68 운동」 전까지는 외출시에 모자를 써서 형식적으로라도 머리카락을 가렸습니다.

 

 

무슬림(이슬람교 신자) 여성이 착용하는 히잡이 유독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정부의 이슬람 정책으로 히잡이 곧 무슬림 여성의 정체성이라는 인식이 무슬림들 사이에 정착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20세기 초까지 히잡은 경제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표시 정도로 인식되어(위 가운데의 1900년대 이집트 사진 참조), 순결과 처녀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되었는데, 이슬람 운동이 확산 된 후 전통적 관점의 페미니즘이 촉발되어 "히잡쓰기 운동"이 널리 퍼졌고,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벗는 것은 서구 문화에 동화되어 무슬림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히잡을 안 쓰면 처벌 받는다?

현대 사회에서 히잡은 엄밀히 "여성 개인의 선택"입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한국인과 아랍인이 200명 정도 성별 구분 없이 뒤섞여 앉아있습니다. 입사 당시에는 히잡을 쓰지 않다가 사무실 환경 상 쓰는 것이 좋겠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히잡을 쓰고 출근하는 직원도 있었고, 몇 년을 히잡을 쓰고 근무하다가 최근에 벗은 직원도 있거든요. 

 

보통 "히잡을 쓴 여성"을 볼 때 아무래도 가치관이 전통적일 것이라고 선입관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은 가치관이 서구적이고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나 오빠가 강압적으로 히잡을 씌운다거나 히잡을 안 쓴다고 잠복하던 종교 경찰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일부 중동 국가나, 전통사회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시골에서는 히잡 착용이 의무시 되거나 당위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런 지역에 국한 된 일이지요.

 

이란 출장때는 의외로 가장 느슨한 형태인 "샤일라"를 착용한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저를 픽업했던 거래처 여직원은 샤일라를 스카프처럼 대충 목에만 두르고 있다가 종교 경찰이 보일 때만 잠깐 머리까지 올렸다가 그 구간만 지나가면 다시 벗었어요. 과속 단속 카메라처럼 종교 경찰의 위치를 꿰고 있는 것도 신기했지요. 우리에게 알려진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킨다는 '이란'의 모습은 '생소해서 대중의 흥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만 부각 시킨' 미디어에 의해 다소 왜곡된 것이었죠.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거리

 

여담으로 거래처 사장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테헤란을 떠날 때 저는 만취 상태로 택시에 실려 공항으로 갔고, 이스탄불에 착륙 할 때까지 숙취로 고생했습니다. 공항에서 술 마셨다고 종교 경찰에게 체포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조로 걱정을 내비쳤더니 거래처 직원이 "채찍 몇 대 맞으면 된다. 오래 안 걸리니 비행기 시간 걱정은 하지 마라"고 받아쳤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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