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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슬람법 "샤리아"

inside MIDDLE EAST/이슬람 문화

by RyanDaddy 2021. 9. 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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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돌로 쳐 죽이고 손목을 절단하고, 이게 이슬람의 진짜 모습?

국가를 선포하고 3년이 넘도록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동부 일대를 장악했던 ISIS, 올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탈레반.. 최근에 창궐하는 극단주의 테러집단들은 국가 정체성이 느슨하거나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에서 국가와 정부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폭력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이를 통치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폭력에 명분을 부여하기 위해 "꾸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를 들고 나옵니다. 앞뒤 다 자르고 "예언자께서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르라고 하신 적이 있다"만 들이대는 식이죠. 이들의 악의적이고 선택적인 발췌를 했더라도 무슬림들에게 "꾸란과 하디스"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함부로 반론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국내외의 일부 언론들도 이 괴뢰 집단들의 만행을 보도 할 때 의도적으로 몇 단어를 선택적으로 뺍니다. 마치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이런 만행이 법에 명시된 형벌인 양 보이도록, 그렇게 더욱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뽑아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조회수를 올려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합니다.그러는 와중에 이슬람은 미개하고 폭압적이며 인권을 유린한다는 식으로 왜곡됩니다. 이 문단의 소제목이 바로 그런식으로 작성된 기사 제목이었습니다. 

 

인간이 가야할 올바른 길, "샤리아"

이슬람법 "샤리아", 본래 샤리아의 언어적 정의는 "올바른 길"이라는 뜻입니다. 신이 계시한 명령이고 곧 진리로써 인간이 따라 가야 할 길이라는 의미입니다. 샤리아는 신의 계시인 꾸란과,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 이를 바탕으로 한 교단의 합의 사항, 어디서도 기준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앞선 세 가지 법의 원천으로부터의 유추, 이렇게 네 가지를 법의 원천으로 삼습니다.

 

 

샤리아의 내용을 보면 크게 신에 대한 인간의 의무관계를 말하는 의례적 규범과, 인간 상호의 권리와 의무관계를 규제하는 규범으로 나뉩니다. 혼인, 이혼, 친자관계, 상속과 상속액, 노예와 자유인, 계약, 선언, 기금, 형벌, 비무슬림의 권리와 의무 등의 규범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중 형벌이 워낙 자극적인 소재로 조명받고 있긴 하지만 1400년 전에 딱히 이슬람의 형벌만 잔혹했던 것도 아니고 샤리아가 형벌만 다루는 것도 아니며, 현대 국가에 과거의 형벌이 모두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슬람법에 대한 오해, 샤리아가 곧 현행법?

샤리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투석형이나 참수형같은 무시무시한 형벌의 유무보다는 이러한 형벌이 현대국가에 지금도 적용이 되고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은 7세기의 이슬람법(투석형)이나 15세기의 조선에서나 똑같이 사형입니다. 1404년(태종 4년) 16세의 상전을 강간했던 노비 등 3명은 사지를 찢어죽이는 능지처사형을 받았습니다. 

 

조선시대에 성폭행범은 사형, 성폭행미수범은 장 100대와 유배 3천리에 처함

 

물론 아직도 이슬람권에서 샤리아가 생활 전반을 규제하는 도덕 규범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실생활 모두를 규제하는 현행법으로 기능하지는 않습니다. 샤리아의 흔적이 현행법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부분은 친족법과 여타 민법으로 가족과 친족의 공동생활, 이에 기초한 재산의 승계 관계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법과 연결짓는 형법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리의 것과 별반 차이 없는 현대적인 법으로 대체되어있고 그에 따라 법치가 이루어집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

"도둑질하면 손목을 자른다" 무시무시한 이슬람식 형벌로 가장 흔히 인용되는 부분인데요. 사실 이것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에 있는 생계형 절도범 처벌에 대한 대화에서 나왔습니다. 예언자의 동료이자, 그의 사후에 제 1대 칼리파가 된 아부 바크르는 절도범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지만 무함마드는 "만일 내 딸 파티마가 남의 것을 훔친다면 그녀의 손목을 자르겠다"라고 일갈한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에 해당 절도범에게 실제로 형을 집행했다는 기록은 없고, 이후 1400년간의 사료에도 손목절단은 드물게 등장하는 사례입니다.

 

개인적 견해이나 손목 절단형이라는 하디스의 원전에서 무함마드는 당시 초기 국가의 기틀을 잡아가던 이슬람 공동체에 엄격하고 공정한 법과 질서의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려 했던 취지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가장 최근의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 투르크는 애초에 실정법에 샤리아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중동에서 10년 째 살고있는 저로써는 결국 사람 사는 곳은 아무리 멀고 생소한 곳이라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상식이 있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란은 음주가 금지되어있고, 술 마시다 적발되면 사형된다는 기사가 떠 돌아다니는데요. 제목이 좀 낚시성으로 끝까지 읽어보면 사형 선고 통계 기사를 일부 번역한 것인데, 원문의 요점은 이란 사형 선고의 75%가 마약 관련 범죄자들이며 곁다리로 음주로 수 차례 적발된 누범이 사형 선고받았다가 피고가 뉘우치는 점을 고려해 징역으로 감형했다는 이야깁니다. 

 

 

그럼 이란 사람들을 처벌이 두려워 술을 안 마실까요? 아무리 형벌이 무시무시해도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면 결국 준수를 강요하기 어려워진다고 봅니다. WHO에 따르면 이란의 인당 연간 알콜 소비량은 1리터로 음주가 합법인 요르단이나 이집트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사실 저는 2012년도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거래처 사장과 낮부터 술판을 시작하여 자정에 신년 카운트 다운까지 하고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탄 적이 있는데, 뻔히 술냄새가 진동했지만 관련하여 문제를 겪은 적은 없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제법 다이나믹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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