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감기라는 의미의 독감이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긴 하지만, 인플루엔자는 백신과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만 명에서 수백만 명까지도 사망하는 감기와는 다른 전염성 질병입니다. 우리나라 의학계에서는 인플루엔자를 '감기'의 독한 버전 정도로 오해하지 않도록 '독감'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COVID-19 대유행이 만 2년째 되어가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인플루엔자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나라별로 유행 시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날씨가 춥고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겨울철에 유행하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는 그 어떤 감염성 질병보다도 인간을 오랜 시간 괴롭혀온 전염병입니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그 강도와 기간에서 차원이 다른 수준이며 면역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자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숫자는 무려 3억 5천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해요! 다행히 "타미플루" 등의 치료제가 개발(1996)되면서 사망자 숫자는 격감했지만 가히 인류의 "주적"이라 할 만한 질병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동안 백신 안 맞고도 별로 아픈적이 없었다거나, 백신 접종후에 겪을 수 있는 감기 유사 증상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시는데요. 내가 젊고 건강해서 잘 감염되지 않거나 감염되었어도 쉽게 회복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변의 노약자와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부작용으로 불편함을 겪으실 수록 실제 감염 시 증상이 심각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항상 권장 됩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은 4개월 남짓 지속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맞으셔야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이나 의원에 가면 백신을 접종해주지만 요르단을 비롯하여 많은 해외 국가들에서는 "백신을 약국에서 사다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 식"으로 약의 구입과 의료 행의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고국의 편리함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말도 잘 안통하는 해외에서 이런 번거로움까지 더해져 백신 접종을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되는데,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별로 수고로운 일은 아니겠죠?
인플루엔자 백신은 유행 시기에 맞춰 공급되므로 요르단에서는 대개 10월말에 아무 약국이나 가셔서 인플루엔자 백신을 문의하시면 됩니다. "인플루엔자" 대신 "플루"라고 하셔도 되요. 구글에 집 근처나 병원 근처 약국을 검색하셔서 미리 전화를 해 보셔도 되고, 저 처럼 그냥 생각난 김에 불쑥 아무데나 들어가서 물어보셔도 됩니다. 다만 인플루엔자 백신은 냉장보관해야 하므로 자택 근처에 주사를 맞을 만한 병원이 없고 자차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병원 근처 약국으로 문의 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집 근처 동네 약국에서 불쑥 떠올라 물어봤는데 있다길래 사서 집 냉장고에 하루 보관했다가 다음날 저녁에 맞았습니다.
인플루엔자 시즌에는 대형 약국에서 시간제로 간호사를 고용해서 접종을 해 주는 곳이 간혹 있기도 하나, 저도 현지인들에게 가끔 그런곳이 있더라는 "카더라"만 들었지 아직 못 봤습니다. 제 경우는 일 끝나고 저녁에 가기에는 역시 응급실이 제일 편한 것 같습니다. 아무 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주사를 놔주니 약 사들고 가시면 됩니다.
저는 집 근처에 있는 Arab Medical Center 응급실에 전화 문의 해 보고나서 갔어요. 응급실에 들어가면 Patient Registration (타스쥘 알-마리다) 팻말이 보이는데 창구에 인플루엔자 백신 주사 맞으러 왔고, 약은 사왔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비용은 주사 당 2JD 씩 총 6JD(10,000원) 들었습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임산부에게 임신 주수와 관계 없이 적극 권장되는 예방접종입니다」 - 대한감염학회
임신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입원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임신 중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 받더라도 태아에게 이상이 발생할 위험은 없습니다. 더욱이 산모의 면역이 태아에게 전달되므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6개월 미만의 신상에게서도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포스팅을 작성중인 지금은 접종 후 5일이 지났는데요. 저만 약간 몸살 기운 비슷한 피로감과 약간의 코감기 증상을 경험했고, 가족들은 아무 부작용이 안 나타났어요. 평소 건강하거나 인플루엔자로 고생한 적이 없어도, 내가 남에게 얼마든 옮길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미리 예방하고 건강한 겨울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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