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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온가족 코로나19 (오미크론) 감염 후기

JoLIFE

by RyanDaddy 2022. 4. 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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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 공식적으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때는 2020년 3월 중순입니다. 첫 확진자가 나오고, 다음날 몇 명이 더 감염되자 정부는 극단적인 방역조치를 실시했었어요. 즉시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전국적으로 통행금지령을 선포했지요.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미디어를 통해 번진 코로나19 공포에 약국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마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러한 신속하고 강경한 조치가 요르단 정부에게 마스크, 소독제, PCR 검사 키트 등을 준비할 시간을 잘 벌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로부터 2년째 우리 가족은 요르단에서 코로나19를 잘 피해 가고 있었고, 올해 초에는 출산한 아내까지 2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With Corona"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우리 가족은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이제 생후 45일 된 둘째 아이까지..

 

증상 발현과 확진

토요일 아침 7시, 잠에서 깨니 조금 피곤하고 목도 살짝 칼칼한 듯 불편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8시쯤 잠에서 깬 첫째가 열이 나고(38.3도) 목도 불편해 하자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부터 부리나케 Drive-thru 검사소를 방문했는데, 점심때쯤 양성(오미크론) 판정을 받았습니다.

 

 

오후에 이미 유사한 증상을 보이던 첫째 아이(당시 42개월)를 포함해 온 가족이 같은 Drive-thru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았어요. 그날 밤 첫째도 오미크론 변이 확진을 받았고, 그날 밤 첫째가 코로나19(오미크론) 확진을 받았습니다. 이때까지 아내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고 증상도 없었습니다. 

 

감염 경로

아내의 출산 직후 한 달 동안, 첫째 아이 유치원(Pre-KG)을 제 출근길에 등원시키느라 Early Drop 했었는데,  원래 시간보다 일찍 오는 아이들은 수업 시작 전 1시간 정도 모여서 같이 놉니다. 2주 전 그중 한 아이의 부모가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나서 그 아이가 한동안 등원을 안 했었는데, 아마 이미 그 아이로부터 첫째로, 그다음에 저한테 전파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째 출산 후 아내는 둘째와 다른 방에서 지냈기 때문에 아내와 둘째는 아직 음성이었어요. 어떻게든 갓난아기인 둘째한테는 옮겨가지 않도록 온 가족이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노력했는데, 결국 며칠 지나자 아내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나중에 확진), 며칠 더 지나자 결국 생후 두 달이 아직 안 된 막내까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자가 격리 대처

요르단은 상대적으로 경증인 오미크론 변이가 신규 확진의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with Corona" 기조 아래 당시 이미 방역 지침이 많이 느슨해졌어요. 기본적으로는 14일 동안 자택에서 자가격리이나 그전에 음성이 나오면 집 밖에 나올 수 있고, 자가 격리에 대해서도 그냥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지 별도의 통제나 감시는 하지 않습니다.

 

확진 메시지를 받고 먼저 집에 있는 상비약 중 해열제 재고를 확인했어요. 어차피 치료제는 없고 증상 대응은 중증이 아닌 이상에야 발열 말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더 없으니까요. Paracetamol (= Acetaminophen, 타이레놀의 성분)이 있었고 어른용 알약은 충분하고 아이용 시럽은 아이의 체중을 고려해서 며칠간의 충분한 양이 있는지 계산해 봤습니다. 혹시 부족하면 누구에게 부탁해서라도 구비해 두려 했는데 다행히 충분하더군요. 아이들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적정 복용량과 복용 간격을 한 번 더 확인받았습니다. 

 

https://www.healthnavigator.org.nz/tools/p/paracetamol-dose-calculator/

 

Paracetamol dose calculator | Health Navigator NZ

The dose of paracetamol is based on a child’s weight and not their age. Weigh your child and use the calculator below to calculate their correct dose.

www.healthnavigator.org.nz

 

다음으로는 급한 업무라도 쳐낼 수 있게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챙겨 온 다음, 다음으로는 첫째 아이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줬어요. 당분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유치원도 가지 못한다. 며칠만 잘 참으면 된다. 대신 아빠도 회사 가지 않고 집에서 쉴 거니까 집에서 아빠랑 재미있게 놀자 등.. 격리 초반 2일은 아직 저와 첫째만 확진이었기 때문에, 첫째와 저는 아내와 둘째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깥 거실에서 하루 종일 놀았어요. 작년 말에 거실이 두 개인 큰 집으로 이사 온 뒤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죠ㅋ

 

 

다음에는 격리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아내가 온라인으로 장을 좀 봤습니다. 생수와 우유, 기저귀 등.. 온라인 결재하면 집 현관에 두고 가는 Contactless Delivery! 팬더믹 3년 차가 되면서 중동에서도 이런 편의를 누린다니 감회가 다릅니다.

 

증상과 대처

피로감+근육통+두통+발열+콧물+가래 순서로 하나씩 증상이 더해졌고, 먼저 나타난 증상부터 하나씩 사라지더니 가래는 PCR 음성이 나온 뒤에도 1주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확진 초기 2일간은 아직 아내가 음성이라서 저 혼자 첫째 아이를 돌보느라 아픈 줄을 몰랐는데, 아이 발열이 잡히고 나서는 진통 목적으로 Paracetamol 1,000mg씩 8시간마다 복용했습니다. (하루 3,000mg, 체중 85kg 기준 하루 최대 복용량은 5,000mg 정도)

 

첫째는 발열+기침+콧물이었고, 확진 다음날 밤 고열(39.8℃)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 해열제는 충분히 주고 있었고 (체중 14kg , 매 6시간마다 180mg) 젖은 손수건으로 손과 발을 식혀주고 했는데 좀처럼 39도 밑으로 떨어뜨리기가 어렵더군요. 1시간 간격으로 체온 모니터링하면서 밤을 꼬박 새웠고, 동틀 무렵 열이 잡히기 시작하니 감격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이때까지 음성이던 아내는 마침내 피로감을 시작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국 확진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유독 기침이 심했지만, 수유 때문에 약을 먹지 않고 꿋꿋이 버텨냈고 다행히 2일 차부터 빠르게 호전되었습니다.

 

생후 50일도 안 된 막내는 첫째와 똑같이 발열+기침+콧물이었는데 전반적으로 훨씬 경증이어서 Paracetamol 60mg를 두 번 먹였고 발열이 끝나 그 이상은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화기능이 떨어졌는지 먹을 때마다 10~20ml 정도씩 토해냈어요. 분유는 압타밀 프로 푸트라 1단계를 먹이고 있었는데, 처방에 따라 압타밀 AR을 1/3 혹은 1/2 섞어서 먹였습니다. 그래도 눈에 띄게 호전되지는 않아 1회 수유량을 줄이고, 수유 빈도를 올려서 조금씩 자주 먹였어요.

 

덧붙이자면 위의 모든 처방과 대처는 화상통화와 메신저로 원격진료를 통해 전문의의 지시에 따랐습니다. 물론 해열제 복용량 정도는 인터넷을 뒤져도 나오지만, 기존 병력이나 여러 종합적인 상황을 의학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는 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완치 후 심폐 강화 운동

저는 6일 만에 음성이 나왔는데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는 등 심폐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확진 전에는 건강 관리 목적으로 매주 2회 정도 6분 중반대의 페이스로 3~4km 거리를 달렸었는데, 코로나19를 앓고 나서는 간신히 1km를 뛸 정도였습니다. 페이스는 무려 8분대... 주변에 코로나19 완치 후 실제로 혹은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모든 컨디션 난조를 코로나19 탓으로 돌리며 우울해하는 분들을 쉽지 않게 접할 수 있었는데 이해는 되더군요. 

 

하지만 영구적 폐손상이니 하는 등의 "코로나 괴담"에 멘탈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2016년에 과거에 폐렴(Pneumonia)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이번 코로나19 감염이 폐렴까지 가지 않은 것을 직감하고 있었어요. 또한 폐렴에 걸렸더라도 영구적 손상으로 평생 약을 달게 된다는 말도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심폐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것에는 코로나19 영향이 크겠지만 일주일 내내 실내에서 지낸 것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의식적으로 "재활"보다는 "강화"의 개념으로 생각했습니다. 운동 목표도 "확진 전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뛰겠다"로 높게 잡았어요. 주 2~3회 정도 달렸고, 한 달쯤 지나자 확진 전 수준,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주 2~3회 8km 정도씩 뛰고 있고 페이스는 5분 후반대에 진입했습니다. 

 

 

이제는 "위드-코로나" 시대

Pandemic 3년차에 접어들면서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는 심각한 중증 환자 환자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감기처럼 흔한 질병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접근보다는 감염 후의 대처와 회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제 우리나라도 누적 확진자 숫자가 인구의 1/3을 넘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걸렸을 때 이랬다"는 경험담이 대단한 무용담도 아니고, 이미 너도 나도 다 걸려봐서 "증상이 이렇네 후유증이 저렇네" 하는 건 별로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특히 괴담스러운 코로나19 공포는 이제 씻어낼 때입니다. 모든 호흡기 질환은 중증의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고, 폐렴이 심하면 완치 후에도 일부 조직에 상흔이 남을 수 있어요. "폐가 섬유화 한다"는 표현이 굉장히 공포스럽게 들릴 수 있는데, 어렸을 때 무릎 까진 흉터가 오래가는 것과 똑같은 원래입니다.

 

몇 달 째 남아있다는 후유증도 사실 따져보면 대부분 본인은 물론 지인도 아니고 지인의 지인... "누구 아는 사람이 그런다 카더라"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본인인 경우에는 자기 건강상의 모든 문제를 코로나19 혹은 백신 부작용 같은 외부 요인으로 돌리고, 자신의 기저질환이나 노화 등에 따른 자기 탓은 안 하려 드는 심리적 요인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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