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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슬람의 일부다처제, 원래는 사회보장제도였다?

inside MIDDLE EAST/이슬람 문화

by RyanDaddy 2021. 12. 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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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에서는 남성 1명이 여성 4명과 결혼할 수 있다?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된 과거에는 일부다처제가 흔했지만 오늘날 결혼의 보편적인 기준은 일부일처제입니다. 도덕적 기준을 차치하더라도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일부일처제가 다수의 생존과 사회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일부일처제는 큰 마찰 없이 정착되었지만, 그렇다고 현대의 모든 사회가 일부다처제를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닙니다. 

 

일부다처제, 혹시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떠오르시나요? 사실 불교 국가나(미얀마, 스리랑카), 기독교 인구가 다수인 나라(남아프리카 공화국, 우간다, 잠비아, 탄자니아), 힌두교가 주류인 인도에서도 일부다처제는 합법, 혹은 관습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의외로 이슬람권에서는 법으로 금지되거나 여성이 서약의 조건으로 중혼 금지를 명시하여 법적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슬람에서 일부다처제를 허용은 하지만 실제로는 권장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럼 꾸란에서 말하는 남성 1명이 여성 4명을 아내로 둘 수 있다는 말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일부다처제가 법으로 금지된 이슬람 국가」

터키, 튀니지, 보스니아, 아제르바이잔, 기니, 알바이나

 

「여성이 혼인 시 일부다처제를 금지할 수 있는 이슬람 국가」

요르단,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레바논, 이집트, 수단, 알제리, 모로코, 방글라데시

 

이슬람의 일부다처제는 7세기로써는 일부다처제에 대한 규제 강화

이슬람에서의 일부다처제의 근거는 꾸란 4장 3절에 언급된 다음의 계시입니다. 다시 말해 공평하게 대할 자신이 없으면 일부일처를 택하란 말이고, 무함마드는 아내를 편애하는 남편에게 "두 아내를 둔 남자가 한 아내를 편애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학대"라고 경고했습니다. 

너희가 고아들을 공정하게 대처하여 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면, 좋은 여성과 결혼하라. 두 번, 혹은 세 번, 네 번도 좋으니라. 그러나 그녀들에게 공평을 베풀어 줄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한 여성이거나 너의 오른손이 소유한 것이거늘...

 

당시 아라비아 사회에서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일부다처제는 흔한 풍습이었고, 부족장들은 수십 명씩 하렘을 거느렸기 때문에 이 계시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것이라기보다 중혼의 상한선을 4명까지로 규정하고, 그마저도 공평함을 조건으로 제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편애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각자에게 할애하는 시간, 애정, 부부관계도 모두 공평해야 함을 뜻했거든요. 

 

사회보장제도로써의 제한적인 일부다처제의 허용

또 다른 주목 할 점은 이 계시가 625년 3월 23일 메카의 박해세력의 공격을 막아낸 「우후드 전투」 직후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700 대 3000이라는 압도적인 병력 열세로 궤멸적인 타격을 입어 전사자만 해도 85명이었고, 전사자 전원의 이름이 순교자로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집니다. 무엇보다 단 한번의 전투로 이 정도 수준의 인명 손실을 입기에는 이슬람 공동체가 아직 너무 작았습니다. 사실상 무슬림 성인 남성 인구의 12%가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었지요. 

 

산을 등지고 악전고투한 우흐드 전투

 

유목·약탈 경제에서는 남성이 없으면 가족이 살아남기 힘들고 이 처참한 전투에서 목숨을 바친 전몰자의 가족을 외면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함마드의 언행록에는 편애하는 자에게는 신께서 영원한 징벌(심판의 날에 반신불수가 됨)을 내릴 것이라는 언급도 나옵니다. 일부다처에 대한 내용의 대부분은 오히려 미망인과 남겨진 가족들을 공평하게 대하라고 규정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걸 모두 빼고 "4명의 여성과 결혼해도 좋다"는 부분만 발췌하여, 무슬림 남성은 여성을 소유물처럼 여기고 여성의 권익은 안중에도 없어 기회만 되면 중혼을 노리며, 이게 9억 무슬림 남성의 속내라고 혐오 내지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들어주기도 민망한 궤변이지요.

 

오늘날 이슬람 사회에서 바라보는 일부다처제

제가 10년 째 거주하는 이곳에서는 중혼이 불법은 아니지만 혼인서약 시 여성이 원치 않으면 자기 이후에 다른 아내를 들이지 말라고 혼인 서약에 명시하여 여성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게 되어 있어, 중혼의 길이 열려있긴 하지요. 하지만 꾸란에서 중혼의 전제로 내거는 "공평함"은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첫째 부인이 동의를 한 경우에만 두 번째 결혼이 가능하고, 설령 그렇게 되었다 한들 한 지붕 아래에서 두 아내를 두는 경우는 찾기 어렵고 보통 따로 두 집 살림을 하는 식입니다. 이럴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교육받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일부다처제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지요. 더 젊은 세대로 갈 수록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결국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딜 가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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