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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아랍 이름이 긴 이유?

inside MIDDLE EAST/이슬람 문화

by RyanDaddy 2022. 2. 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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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부유함의 대명사로 유행하던 만수르, 그의 풀 네임은 "만수르 빈 자이드 안-나흐얀(منصور بن زايد النهيان)" 입니다. 9·11 테러로 악명높았던 오사마 빈 라덴의 풀 네임은 "오사마 빈 무함마드 빈 아와드 빈 라덴(أسامة بن محمد بن عوض بن لادن) "이지요. 아랍 이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요?

 

아랍은 이름만 가지고 개인을 특정하기 어려움

흔히 아랍 지역의 이름은 아랍인 대부분이 믿는 종교 이슬람의 영향으로 꾸란에 등장한 이름들 중 하나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슬람뿐 아니라 중동에서 발생한 유일신교(유대교·기독교)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작명을 하다보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굉장히 많아질 수 있습니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에는 개인차가 없기 때문에 자녀가 본받았으면 하는 사람이 다양하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무함마드는 "완전하게 하는 자, 완성하는 자" 라는 뜻으로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이며, 신이 그를 통해 유대교·기독교에 이어 계시를 완성했다는 이슬람의 근본 가치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아랍 길거리에서 "무함마드!" 하고 외치면, 이름이 동시에 여러 명이 돌아볼 만큼 무함마드가 흔하다는 농담을 하는데 이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슬람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인 "무함마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흔한 이름이다

 

자, 이렇다보니 이름만 가지고 개인을 특정하는 게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도 한글 이름 세 글자로는 개인 특정이 안되어 주민등록상에는 한자 이름을 같이 기록하는데, 우리야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기 전까지 뜻글자인 한자를 사용해 와서 이렇게 병기할 수 있지만 아랍에는 이런 대안이 없겠지요? 

 

아랍  풀 네임 = 본인 이름 + 부친 이름 + 부족이나 지역명

그래서 아랍의 풀 네임은 자기 이름 뒤에 누구의 자녀인지 자기 아버지 이름을 추가하고, 그 아버지도 어디 사람인지 부족(가문)이나 출신 지역을 추가합니다. 여기서 "누구의 아들"이라는 접두사가 "빈(아들)/빈트(딸)"입니다. 그래서 "아무개 빈 아무개" 하는 식의 이름이 많지요. 

 

 

이름의 체계가 이러하니 "빈/빈트"를 생략하고 쓰는 경우도 있고, 해당 인물이 너무 유명해서 개인 특정이 쉬운 경우는 본인 이름뒤에 바로 가문명을 붙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 (라덴 가문의 오사마)이 있습니다. 원래 그의 풀 네임은 "오사마 빈 무함마드 빈 아와드 빈 라덴"으로 라덴 가문의 아와드(조부)의 아들인 무함마드의 아들(부)인 우사마"이지만 그의 유명세(?) 때문에 통상 오사마 빈 라덴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동이나 아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계로 이를 더 줄여 "빈라덴"으로 보도되곤 했는데, 9·11 테러가 일어난 2001년부터 작년까지 20년째 이렇게 보도되고 있네요. "빈라덴"으로 쓰면 의미상으로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라덴 가문의 모든 남성을 지칭하는 말이 됩니다. 더 와닿는 예를 들자면 김 아무개라는 범죄자를 보도하면서 "김 씨들"이라고 김 씨 성을 가진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셈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동이나 아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계로 이를 더 줄여 "빈라덴"으로 보도되곤 했는데, 9·11 테러가 일어난 2001년부터 작년까지 20년째 이렇게 보도되고 있네요. "빈라덴"으로 쓰면 의미상으로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라덴 가문의 모든 남성을 지칭하는 말이 됩니다. 더 와닿는 예를 들자면 김 아무개라는 범죄자를 "김씨들" 이라고 보도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황당하겠지요?

 

아랍에서 공문서 작성 시에는 어머니 이름도 적어야 한다?

아무튼 이런 작명 방법이 도시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유목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사회가 커지면서 출신 지역이나 부족이 같은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과 부친의 2대째 완전히 똑같은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어요. 조부의 이름까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문서의 성명 기입란은 제한적인지라 이런 식으로 계속 조상 대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겠지요?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는 식으로 개인을 특정하려면 적어도 100년, 200년 이상의 기록이 보존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중동은 여러 문명이 교차하는 곳으로 왕조의 교체가 잦고 국가의 건국-해체 주기가 짧습니다. 그래서 중동에서는 "어머니 이름"을 적는 경우가 흔합니다. 

 

 

 

위 이미지는 아랍에미리트 비자 신청양식입니다. 어머니 성명을 적으라는 란이 있지요? 더욱이 우리나라는 결혼 뒤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잘 기입해 놓고도 "왜 어머니 성이 다르냐?"는 반문이 이어질 수도 있어, 적으면서도 괜히 찝찝할 수 있지만, 다행히 한국인은 도착 비자로 아랍에미리트 입국이 가능하여 사전에 이런 양식을 작성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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